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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292023년은 변곡점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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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3-12-26 17:25
2023년은 변곡점이길...
2020년대는 참으로 험난하다.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팬데믹이 그랬고,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랬다. 게다가 2023년에는 가자 지구에서도 또 하나의 총성과 비명이 이어지고 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크리스마스 시즌이지만 그럴 수가 없는 이유다. 그리고 경제 상황은 어떤가. 미국과 중국의 주도권 경쟁의 한 자락인 무역 분쟁, 그리고 팬데믹 시절부터 전 세계로 확대된 제조업 기반 확보 경쟁은 힘에 의한 경제권역 강화로 자유무역이 퇴보하는 분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교역에 의존하는 우리 나라의 앞날이 특히 불확실한 이유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만 들으면 2020년대 초반은 역사적으로 기록될 만한 험난한 시기라고 여겨질 만 하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사실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금년은 변곡점이다.
변곡점은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다기 보다는 그 정도가 조정이 되는, 즉 트렌드의 지속성은 유지하되 그 방향이 조금 더 정교하게 정리되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방향의 근본적인 변경이 이루어지는 것을 뜻하는 전환점과는 다른 의미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경우도 이미 21세기 들어 메르스, 조류독감 등으로 전 세계적 감염병의 가능성이 예고되었던 결과물이다. 미중 경쟁은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이 서서히 둔화되면서 세계 패권의 다극화 시대에 접어들었고 미국 정부 조차도 노골적으로 국내 경제 및 정치에 집중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 결과의 하나가 자유 무역 경제 체제에서 블록 경제의 방향으로 폐쇄성을 띄게 된 것이다. 즉, 2020년대의 다양한 사건들에는 이전부터 시작된 방향성의 전환, 즉 전환점들이 이미 존재했다는 뜻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이런 경향은 명확하다. 자동차 산업의 관점에서 2023년도는 명확한 변곡점이다. 첫번째 전기차의 성장세 둔화가 대표적 사례다. 2023년 전기차 시장의 둔화는 전동화 및 미래차로의 전환이 멈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초기의 전환기였던 2020년 전후는 주도권의 선점을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 재편의 주제가 설정되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스타트업과 신기술 기업들에 대한 거의 무차별적이라고 할 만큼의 투자가 있었던 것이 그 증거다. 그리고 2022년 하반기부터 2023년은 그동안의 투자가 구체적인 실적으로 연결되는 모습을 요구받기 시작한, 즉 새로운 자동차 산업의 구도로써의 초기 투자 방향이 산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증명할 것을 보여달라는 1차 검증의 시기였다는 뜻이다.
2022년까지의 회계 보고서들은 주력 자동차 제작사들의 투자가 옳은 방향이었던 것처럼 보여주었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전기차의 판매 비중 증대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동차 제작사들이 역대급 수익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두 가지 다른 효과가 가미된 결과라는 점에서 이 보고서들이 사업적 지속 가능성을 증명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 두 가지는 코로나 팬데믹에 정체되었던 신차 수요의 폭발적 회복, 그러나 이것을 감당할 수 없는 차량용 반도체 등의 서플레이 체인 문제에 의한 공급 능력의 제한이었다.
그 결과 나타난 현상은 길게 이어진 고객들의 대기 행렬이었다. 즉, ‘공급자 주도 시장’이라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것은 바로 높은 수익성으로 연결되었다. 고객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데 프로모션, 즉 판매 장려금을 집행할 이유가 사라졌다. 또한 서플라이 체인 문제에 의한 원가 상승과 위험성을 차량 가격에 고스란히 반영할 수 있었다. 2022년 주력 자동차 제작사들은 물론 2022년 북미 자동차 딜러들의 수익성이 수직 상승했다는 리포트에서 알 수 있듯이 자동차 판매사들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자동차 산업의 호황은 금새 제저리를 찾아간다. 자동차 판매가 둔화되기 시작한 것. 국내 시장에서도 언제까지나 지속될 것 같던 출고 지연 사태가 거의 모든 모델에서 사라졌다.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고 프로모션이 다시 시작되었다. 2023년에 급격하게 둔화된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둔화가 대표적 예다.
전기차의 판매가 둔화된 것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높은 가격대가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왜냐 하면 비교적 낮은 성능, 특히 200km대의 항속 거리를 가진 모델, 그것도 열 살도 넘은 기존 모델의 파생형 전기차인 레이 EV는 홀로 약진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기 때문이다. 즉, 불편하고 생소한 충전 환경, 불안한 항속 거리 등의 이유도 있겠지만 결국은 전기차 판매의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가격대였던 것이다.
그런데 높은 가격대가 왜 2023년에 와서야 판매 둔화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일까? 그것은 경제와 심리다. 우리 나라 경제는 자유 무역의 퇴조, 고금리 상황에 의한 개인 채무 및 부동산 PF의 시한폭탄이라는 거시적 상황에서부터 물가 상승과 실질 수익 감소로 지갑을 닫는 개인 차원에 이르기까지 급격한 냉각과 불안감에 노출되었다. 그 결과 가장 비싼 내구성 소비재인 자동차에 대한 지출을 연기하거나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연초의 택시 요금 인상 이후 고객의 본격적 이탈로 인한 택시 산업의 근본적 불안 현상 대두와 같은 가격 상승이 소비자와의 긴장감 한도를 넘어서면서 급격한 소비자 이탈로 이어지는 현상까지 경험한 지금이다. 즉, 그동안 빠르게 인상된 차량 가격, 그리고 그렇지 않아도 높았던 전기차 시장은 가격 탄력성에서 소비자와의 건강한 긴장감의 한계를 넘어갈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전기차 시장이 언제까지나 얼리어답터들이 주도하는 고관여 고객 중심의 시장으로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지난 몇 해 동안 계속 경고를 보냈었다. 초기 고관여 고객 중심 시장에서 획득한 이슈성과 강력한 이미지를 대중 시장으로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가가 전기차 대중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반 저관여 고객들이 수긍할 만한 가격대의 제품이 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LFP 배터리를 비롯하여 전기차 원가의 핵심인 배터리 가격의 인하를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LFP 배터리의 확산은 예상대로 급격하게 이루어졌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소형차까지도 막연하게 400km의 항속거리를 요구하는 피상적인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비현실적인 방법보다는 사용 용도에 따라 명확하게 기획된 다양한 장르의 전기차 모델을 정확한 컨설팅을 통하여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 기획과 소비자 교육’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전기차의 가장 중요한 의의인 도심 대기 환경 보존에 가장 적합한 경형 전기차인 레이 EV의 성공은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자 다시 주제로 돌아와서, 2023년은 자동차 산업과 시장은 지난 몇 해의 비정상적인 모습에서 돌아오는 변곡점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다소 급격하다. 경기의 둔화, 세계 정세의 불안, 블록 경제 체제의 강화 등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급격하고 퇴행적인 국내외 정세의 변화가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변곡점의 과도한 기울기 변화는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이다. 원래는 기울기와 속도만 조절되는 변곡점의 성격을 벗어나 심리적 – 사회적 충격이 예상하지 못했던 전환점으로 급격하게 진화할 수도 있다는 것. 이런 경우를 우리는 패닉 상태라고 한다. 친환경 산업과 전기차의 주력 시장이었던 서유럽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러시아 발 가스 및 경유 공급 위험으로 난방의 장작 의존 비율이 급증하는 것처럼 거시적 정책이 민심과 생활에 의해 좌초될 수도 있다.
미국은 국제적 주도권의 불안감이 내년 대통령 선거를 통하면서 국민들의 심리에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게 한다. 우리는 이미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유색인종이 테러를 당하는 사회적 퇴행을 미국에서 목격한 바 있다. 우리 나라도 내년 총선으로 가는 과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폭발되어 표출될지 커다란 불확실성을 앞두고 있다.
2020년대는 격랑의 시기다. 파도는 언제나 있다. 그러나 그 파도를 잘 타고 넘을 것인지, 아니면 파도와 배가 공명을 일으켜 배가 좌초하는 의외의 상황으로 갈 지 지금은 매우 불확실하다.
변곡점은 변곡점으로 남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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