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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도 르포] 동양의 알프스에서 발견, '폭설 · 혹한'에 맞서는 자동차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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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맨

2023-02-22 11:25

[북해도 르포] 동양의 알프스에서 발견, '폭설 · 혹한'에 맞서는 자동차 노하우

최근 몇 년 새 한국의 겨울철 날씨는 유난히 잦은 폭설과 혹한이 반복되며 자동차 미끄럼 사고로 인한 인명과 재산피해가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초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내놓은 '겨울철 미끄럼 교통사고 특성과 안전대책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기상관측 자료와 보험사에 접수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 국내 겨울철 눈이 내린 날 교통사고는 평상일 대비 17.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겨울철 미끄럼 교통사고 10건 중 3건(32.5%)은 결빙 도로구간에서 일어나고 일반 교통사고가 보통 퇴근 시간대에 발생하는 것과 달리 겨울철에는 미끄럼 교통사고를 이유로 기온이 낮은 오전 7~10시 사이 3시간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결빙 도로 사고의 오전 7~10시 점유율은 36.1%로 동시간 대 눈길 사고(29.8%)보다 높았다.

자동차 사고와 유인 관측소 69개 지점의 시간대별 기상관측 자료를 분석한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눈이 내리는 날은 맑은 날 대비 자동차 사고가 평균 42% 증가하고, 5cm 이상 폭설 상황에선 82% 급증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지역별로는 경북(74%), 경남(73%) 등 평소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눈길 운전 경험이 적은 지역에서 눈이 내릴 경우 사고 증가율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렇듯 국내 겨울철 교통사고 대부분은 기상 변화에 따른 도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거나 갑작스럽게 변한 날씨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부분 발생했다. 이를두고 일각에선 눈길이나 빙판길에서 자동차 미끄럼이 발생할 경우 '반대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려라. 브레이크를 밟지 말라' 등 조언을 아끼지 않으나 실제 도로에서 미끄럼을 경험한 운전자가 이 같은 긴급 대처법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런 겨울철 미끄럼 사고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세계에서 최대 다설지 중 하나로 꼽히며 일 년 중 거의 절반이 눈으로 덥여 일명 '동양의 알프스'로 불리는 북해도에서 그 답을 찾아봤다. 21일 오후 2시, 일본 홋카이도의 중심 삿포로 시내는 한낮에도 영하의 기온으로 약간의 바람과 습도가 더해져 실제 체감 온도는 영하 10도에 이르렀다. 매서운 추위는 시내 곳곳에 제설작업을 미처 못한 듯 잔뜩 쌓인 눈덩이로 더욱 가혹하게 또 한편으론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냈다. 

도로는 물론 인도 대부분에서도 눈이 쌓여 거리를 걷는 시민은 두꺼운 외투에 부츠 차림으로 장갑과 모자 등 방한용품으로 무장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런 삿포로 시내를 달리는 대부분 자동차는 겨울용 체인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 또 일본 본토에서 쉽게 만나는 박스카 같은 경차도 확연히 드물게 목격됐다. 

지난해 일본 승용차 판매에서 경차 판매량이 117만 대로 점유율 34%, 1위를 기록했다는 집계가 무색할 정도다. 삿포로의 경우 일본 내에서도 노령 인구가 많은 편에 속하고 기후 등 지리적 환경을 감안해 세단과 SUV 그리고 승합차를 주로 이용하는 모습이다. 또 이런 이유로 사륜구동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후륜구동 모델은 거의 찾을 수 없다. 

여기에 눈길과 빙판길 주행을 위해 차종과 연식을 막론하고 거리의 시민이 방한용품으로 무장하듯 자동차도 윈터 타이어를 대부분 장착했다. 국내의 경우 겨울철 잦은 폭설에도 여전히 윈터 타이어 장착 비율이 몇 년째 10%대에 머무른 것과 비교된다.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윈터 타이어를 장착했다지만 도로의 눈과 빙판길이 무색할 정도로 대부분이 거리낌 없는 속도로 달린다는 것. 삿포로 주민에게는 윈터 타이어 기능에 대한 믿음 그리고 일상이 된 눈길 운전, 이 같은 환경에서 자연적으로 손과 발로 익힌 눈길 운전 노하우가 배어있는 느낌이다. 삿포로와 같이 겨울철 폭설과 혹한이 잦은 일부 북유럽 지역의 경우 윈터 타이어 장착이 의무로 시행되는 국가도 있다. 하지만 삿포로 시민에게 윈터 타이어는 의무보단 생활에서 얻은 자연스러운 경험의 노하우처럼 보인다. 

이들이 필수적으로 장착하는 윈터 타이어의 경우 일반 타이어보다 천연고무와 실리카 비율이 높아 연질의 성향을 나타내는 특성을 지녔다. 이를 통해 추운 겨울철에도 타이어가 더 부드럽고 말랑말랑해 노면을 움켜쥐는 효과가 확대되고 눈길에서 눈을 파헤치는 역할을 하는 'V'자 혹은 '↗'과 유사한 패턴이 타이어 트레드에 새겨져 구동과 제동력이 일반 타이어에 비해 월등하다. 

눈이 오거나 노면이 얼었을 때 제동거리는 평소보다 2배 이상 길어지지만 윈터 타이어를 장착할 경우 제동거리가 눈에 띄게 감소한다. 이 결과 눈길 추돌사고의 예방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눈길 급제동 시험에서 일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이 윈터 타이어 장착차보다 7.1~8.7m 더 긴 제동거리를 나타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윈터 타이어는 눈이 올 때만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영하의 날씨에는 일반 타이어의 경우 접지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지만, 윈터 타이어는 이때 더욱 제대로 된 효과를 나타낸다. 최근 국내 미끄럼 사고에서 필수적으로 따라붙는 '블랙아이스' 상황에서 일반 타이어가 아닌 윈터 타이어가 장착된 차량이라면 보다 효과적인 제동 성능을 기대할 수 있겠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겨울철 윈터 타이어를 장착했다면 국내에서는 적어도 3월까지 꾸준히 장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김훈기 기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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