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7,289[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4] 지나갔으므로 들러야 했던 '함창 굴다리식당'
조회 2,673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3-26 11:25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4] 지나갔으므로 들러야 했던 '함창 굴다리식당'
상주시에 속한 함창읍은 농업과 상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도시이다. 사진은 지방문화재 기념물 제26호 전(傳) 고녕가야 왕릉(사진 출처 상주시 함창읍)
굴다리는 서민의 기억으로 가득한 장소다. 쿵쿵하며 기차가 지나고, 쾌한 연탄에 올려진 돼지갈비가 타는 냄새, 붕어빵을 기다리는 아이들, 고단한 하루를 마친 가장의 어깨가 빼꼼히 보이는 포장마차가 거기 있었다. 안도현은 시 ‘이리역 굴다리’에서 “징징거리며 앞지르는 오토바이, 막노동꾼과 공무원도 단발머리 여학생 몇몇과 노인도 모두 섞이어 간다. 이렇게 지나 갔으므로 역사는 기록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굴다리는 또 흔했다. 팍팍한 세월을 힘써 이겨내던 아저씨, 아주머니의 얼굴이 흘러가던 길. 뿌연 불빛 아래서 거나하게 마신 얼굴로 하늘 높이 내뿜던 운동권 대학생도, 어깨 처진 퇴근길 부장님도 모두 그 길 위에 있었다. 가난했지만, 그 무거운 철로와 기차를 이고 살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희망을 피웠던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함창역에서 함창 중앙초등학교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굴다리식당'이 나온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상주시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소내장국 전문 식당이다.
굴다리를 떠올리면 아프기도 하고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 옆에 오래도록 함께 한 불멸의 장소가 굴다리다. 또한 굴다리는 전국적이다. 포장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아니 광화문 한가운데로 전철이 먼저 다녔고, 백두대간 굽이굽이 철길이 나면서 굴다리라는 지명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런 역사의 한복판에 국밥집이 없을 리 없다. 굴다리 근처 국밥집만 다녀도 평생이 벅차겠지만 ‘함창굴다리식당’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국밥집이 아니다. 함창은 상주와 문경이 품고 있는 작은 도시다. 상주에 속해 있지만 문경에 가깝다. 1924년에 개통된 경북선이 김천의 경부선과 영주의 중앙선을 이어주고 그 중간에 함창이 있다.
소 내장은 작은 불순물이 하나라도 섞이면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다듬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재료다.
대략 경북 산간 지역의 기차가 다니던 곳으로 짐작이 간다. 거기 굴다리식당은 30년 넘게 소내장국만 취급한다. 굴다리 옆 소내장국은 고급 음식이다. 소를 많이 키웠고,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속 고기를 활용할 수 있었던 지역 특색으로 느끼게 해준다. 소고기를 쉽게 먹지 못한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가끔 다니는 기차를 보면서 가마솥이 걸려 있는 마당을 지나 식당에 들어서면 읍내 식당치고는 깔끔하다. 늦은 오후에 들어선 식당은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주방에서는 젊은 여자와 어머니 같은 아주머니가 소 내장을 손질한다. 홍창과 양에 작은 불순물 하나 남기지 않는, 웬만한 정성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소내장국에 주로 쓰이는 재료다. 홍창은 붉은색을 띠는 소의 마지막 위, 막창이고 양은 첫 번째 위다. 양평해장국은 양을 표면의 털 같은 모양을 그대로 쓰는 반면 소내장국은 그 표면을 긁어내고 가죽 고기만을 사용한다. 아산 외암마을에 가면 맛볼 수 있는 수구레국밥의 고기와 비슷하게 재료를 준비한다.
두 여자의 야무진 손길을 보며 소내장국을 맞는다. '오길 잘했구나'. 소내장 재료들이 부드럽게 씹히며 고기 맛을 내고, 토란과 대파가 채소의 대표 격으로 가득 들어있다. 다진 마늘과 고추를 별도로 내주는데 꼭 국물에 넣어 맛을 돋우는 것이 좋고, 모든 국밥이 그렇지만 소내장국은 처음부터 밥을 말아야 제격이다.
국밥을 먹을 때, 소주 한 병이 버릇처럼 따라온다. 소주의 양은 국밥의 맛에 따라 달라진다. 함창소머리국밥은 소주 반병을 금세 치우게 만든다. 국밥이 맛있으면 소주도 맛있다. 소주를 같이 먹을 때 맛있는 국밥이야말로 국밥 기행에서 터득한 맛있는 국밥의 기준이다.
굴다리식당 소내장국은 소내장 재료들이 부드럽게 씹히며 고기 맛을 내고, 토란과 대파가 채소의 대표 격으로 가득 들어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운 좋게 만나는 맛있는 식당이 있다. 그것도 움직여야 하는 시간에 맞게 헛걸음 없이 밥을 먹을 때 기분이 더 좋다. 함창굴다리식당도 그렇게 우연히 만났지만 혹 기차가 지나가지는 않을까? 라는 기대감까지 곁들인 맛이 삼삼했다. 촉촉한 봄비도 오신 날이었다.
*경북선(慶北線)은 경부선 김천역과 중앙선 영주역을 잇는 한국철도공사의 단선 철도 노선으로 상주시, 문경시, 예천군을 지난다. 여객 수요가 적어 문을 닫은 폐역이 많지만 지금도 매일 5편의 무궁화호가 함창역에 닿는다.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현대차, 배터리 기술 역량 강화 인재 확보 '배터리 개발 기술인력' 신규 채용
[0] 2024-10-18 11:25 -
아우디, FC 바이에른 해리 케인 SQ8 e-트론 등 새시즌 프리미엄 순수 전기차 제공
[0] 2024-10-18 11:25 -
밀라노 감동을 성수에서 기아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 전시 개최
[0] 2024-10-18 11:25 -
현대차 넥쏘, 수소 가스 누출 화재 우려...건물과 멀리 떨어진 곳 주차 권고
[0] 2024-10-18 11:25 -
799대 한정판, 페라리 슈퍼카 역사의 신규 페이지 '페라리 F80' 공개
[0] 2024-10-18 11:25 -
美 리콜왕은 '포드', 2010년 이후 545건으로 1위...파워트레인 결함 최다
[0] 2024-10-18 11:25 -
올리버 집세 BMW CEO, EU 2035년 내연기관차 금지 더 이상 현실성 없어
[0] 2024-10-18 11:25 -
롤스로이스, 럭셔리 SUV '컬리넌 시리즈 II' 공개...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변화
[0] 2024-10-18 11:25 -
재고 비상, 스텔란티스 3분기 출고량 20% 감소…가장 큰 난제는 '마세라티'
[0] 2024-10-18 11:25 -
'파나소닉 때문에…' 혼다, CR-V 하이브리드 배터리 화재 가능성 리콜
[0] 2024-10-18 11:2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더뉴메르세데스-AMG SL’ 4월국내출시, 슈퍼스포츠카아이콘 SL과 AMG 결합
-
아스파이어, 아부다비서 세계 최대 자율주행 레이싱 리그 개최
-
아우디, 2022년 영업이익 대폭 증가
-
고성능 럭셔리 로드스터 ‘더 뉴 메르세데스-AMG SL’ 4월 국내 출시 예정
-
혼다코리아, 2023 라이딩 시즌 온 행사 ‘혼다 데이 인 경주’ 성황리에 종료
-
승용 밴과 픽업 시장의 성장, 그러나…
-
현대 갤로퍼의 바탕이었던 미쓰비시 파제로의 몰락
-
美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한결 같은 호평...韓 2000만 원대 출시 전망
-
[아롱 테크] 에디슨 직류 Vs 테슬라 교류, 논쟁을 조화롭게 '인버터와 컨버터'
-
승용차와 대형 상용차, 순수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 이원화 정책 추진할 때
-
바스프, 아태지역 최초 바이오 기반의 폴리올 ‘Sovermol®’ 생산
-
카레이서 없는 자율주행 레이싱, 2024년 아부다비 야스 마리나 포뮬러원 서킷 질주
-
기아, 신차 출고 장기 대기자 독서·음원·영상 등 무료 구독 서비스 제공...180일 부터
-
달달하면 '냉각수 유출' 냄새로 잡는 車 이상 증상...봄철, 실내 클리닝으로 청결 유지해야
-
메리 바라 GM 회장, 韓 주도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극찬...美 뜨거운반응
-
아우디, 지난해 영업이익 전년 대비 40% 증가한 76억 유로 '역대급 실적 달성'
-
현대모비스, 네 바퀴 독립제어 가능 ‘인휠시스템’ 개발 성공...세계 최초 양산 기대
-
BMW 그룹, 2022년 실적 및 미래 전략 발표
-
[EV 트렌드] 아우디 CEO 마커스 듀스만, 향후 4년 이내 보급형 전기차 출시될 것
-
'60km/h에서 13.5초 만에 오픈' 혁신적 소프트톱 탑재, 페라리 로마 스파이더 출시
- [유머] 알래스카에서 찍힌 눈모양 사진
- [유머] 인종차별을 방패로 쓰는 여자
- [유머] 나무꾼의 근력
- [유머] 쌀국수
- [유머] 미국인이 만든 중독성 강한 김치
- [유머] 피자배달
- [유머] 전설의 도박갤 명문
- [뉴스] 민간인, 차량 몰고 화천 군부대 위병소 뚫고 진입... 부대 가로지르고 도주
- [뉴스] '키스하려고 한 거 기억해?' 플러팅하더니... 실제 뮤비서 뽀뽀까지 한 로제X브루노 마스
- [뉴스] '건강 악화' 이순재, 결국 남은 연극 모두 취소... '3개월 휴식 필요해'
- [뉴스] 구걸하는 노숙자에 고민 없이 현금 건넨 여성... 자세히 보니 유명 '억만장자' 배우였다
- [뉴스] 보육원에 맡긴 아들 20살 되자 찾아온 아버지... '나도 아빠 있다'며 웃던 청년의 슬픈 결말
- [뉴스] '열애설 노코멘트' 정해인♥정소민... 초밀착 커플 화보 공개
- [뉴스] 특전사, 사격 훈련 중 어깨에 '총상'... 군 당국, 즉각 진상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