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7,644[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4] 지나갔으므로 들러야 했던 '함창 굴다리식당'
조회 3,425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3-26 11:25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4] 지나갔으므로 들러야 했던 '함창 굴다리식당'
상주시에 속한 함창읍은 농업과 상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전형적인 농촌도시이다. 사진은 지방문화재 기념물 제26호 전(傳) 고녕가야 왕릉(사진 출처 상주시 함창읍)
굴다리는 서민의 기억으로 가득한 장소다. 쿵쿵하며 기차가 지나고, 쾌한 연탄에 올려진 돼지갈비가 타는 냄새, 붕어빵을 기다리는 아이들, 고단한 하루를 마친 가장의 어깨가 빼꼼히 보이는 포장마차가 거기 있었다. 안도현은 시 ‘이리역 굴다리’에서 “징징거리며 앞지르는 오토바이, 막노동꾼과 공무원도 단발머리 여학생 몇몇과 노인도 모두 섞이어 간다. 이렇게 지나 갔으므로 역사는 기록될 수 있었다.”라고 했다.
굴다리는 또 흔했다. 팍팍한 세월을 힘써 이겨내던 아저씨, 아주머니의 얼굴이 흘러가던 길. 뿌연 불빛 아래서 거나하게 마신 얼굴로 하늘 높이 내뿜던 운동권 대학생도, 어깨 처진 퇴근길 부장님도 모두 그 길 위에 있었다. 가난했지만, 그 무거운 철로와 기차를 이고 살면서도 불평하지 않고 희망을 피웠던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함창역에서 함창 중앙초등학교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굴다리식당'이 나온다. 외관은 허름하지만 상주시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소내장국 전문 식당이다.
굴다리를 떠올리면 아프기도 하고 더 이상 아프지 않아서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 옆에 오래도록 함께 한 불멸의 장소가 굴다리다. 또한 굴다리는 전국적이다. 포장도로가 생기기 전부터, 아니 광화문 한가운데로 전철이 먼저 다녔고, 백두대간 굽이굽이 철길이 나면서 굴다리라는 지명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런 역사의 한복판에 국밥집이 없을 리 없다. 굴다리 근처 국밥집만 다녀도 평생이 벅차겠지만 ‘함창굴다리식당’은 쉽게 찾을 수 있는 국밥집이 아니다. 함창은 상주와 문경이 품고 있는 작은 도시다. 상주에 속해 있지만 문경에 가깝다. 1924년에 개통된 경북선이 김천의 경부선과 영주의 중앙선을 이어주고 그 중간에 함창이 있다.
소 내장은 작은 불순물이 하나라도 섞이면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다듬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은 재료다.
대략 경북 산간 지역의 기차가 다니던 곳으로 짐작이 간다. 거기 굴다리식당은 30년 넘게 소내장국만 취급한다. 굴다리 옆 소내장국은 고급 음식이다. 소를 많이 키웠고,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속 고기를 활용할 수 있었던 지역 특색으로 느끼게 해준다. 소고기를 쉽게 먹지 못한 서민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이다.
가끔 다니는 기차를 보면서 가마솥이 걸려 있는 마당을 지나 식당에 들어서면 읍내 식당치고는 깔끔하다. 늦은 오후에 들어선 식당은 이른 시간이라 손님이 아무도 없었다. 주방에서는 젊은 여자와 어머니 같은 아주머니가 소 내장을 손질한다. 홍창과 양에 작은 불순물 하나 남기지 않는, 웬만한 정성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소내장국에 주로 쓰이는 재료다. 홍창은 붉은색을 띠는 소의 마지막 위, 막창이고 양은 첫 번째 위다. 양평해장국은 양을 표면의 털 같은 모양을 그대로 쓰는 반면 소내장국은 그 표면을 긁어내고 가죽 고기만을 사용한다. 아산 외암마을에 가면 맛볼 수 있는 수구레국밥의 고기와 비슷하게 재료를 준비한다.
두 여자의 야무진 손길을 보며 소내장국을 맞는다. '오길 잘했구나'. 소내장 재료들이 부드럽게 씹히며 고기 맛을 내고, 토란과 대파가 채소의 대표 격으로 가득 들어있다. 다진 마늘과 고추를 별도로 내주는데 꼭 국물에 넣어 맛을 돋우는 것이 좋고, 모든 국밥이 그렇지만 소내장국은 처음부터 밥을 말아야 제격이다.
국밥을 먹을 때, 소주 한 병이 버릇처럼 따라온다. 소주의 양은 국밥의 맛에 따라 달라진다. 함창소머리국밥은 소주 반병을 금세 치우게 만든다. 국밥이 맛있으면 소주도 맛있다. 소주를 같이 먹을 때 맛있는 국밥이야말로 국밥 기행에서 터득한 맛있는 국밥의 기준이다.
굴다리식당 소내장국은 소내장 재료들이 부드럽게 씹히며 고기 맛을 내고, 토란과 대파가 채소의 대표 격으로 가득 들어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운 좋게 만나는 맛있는 식당이 있다. 그것도 움직여야 하는 시간에 맞게 헛걸음 없이 밥을 먹을 때 기분이 더 좋다. 함창굴다리식당도 그렇게 우연히 만났지만 혹 기차가 지나가지는 않을까? 라는 기대감까지 곁들인 맛이 삼삼했다. 촉촉한 봄비도 오신 날이었다.
*경북선(慶北線)은 경부선 김천역과 중앙선 영주역을 잇는 한국철도공사의 단선 철도 노선으로 상주시, 문경시, 예천군을 지난다. 여객 수요가 적어 문을 닫은 폐역이 많지만 지금도 매일 5편의 무궁화호가 함창역에 닿는다.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재규어, 전혀 새로운 로고 공개
[0] 2024-11-22 14:45 -
폭스바겐 노조, 공장 폐쇄 대신 임금 인상 중단 제안
[0] 2024-11-22 14:45 -
“비행운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감축 필요”
[0] 2024-11-22 14:45 -
미니, 4세대 쿠퍼 컨버터블 영국 옥스포드 공장에서 생산 개시
[0] 2024-11-22 14:45 -
현대차 WRC 사상 첫 통합 우승을 위해...누빌, 끝까지 긴장 늦추지 않을 것
[0] 2024-11-22 14:45 -
기아, 508마력 전동화 고성능 버전 끝판왕 'EV9 GT' 세계 최초 공개
[0] 2024-11-22 14:45 -
포드 익스플로러ㆍ기아 카렌스 등 총 4개사 5개 차종 5만8180대 리콜
[0] 2024-11-22 14:45 -
BMW, 노이어 클라쎄 양산 버전의 프로토타입 생산 헝가리에서 시작
[0] 2024-11-22 14:45 -
KGM '티볼리' 가성비ㆍ디자인 통했다, 누적 내수 30만대ㆍ글로벌 42만대 돌파
[0] 2024-11-22 14:45 -
볼보트럭, 대형트럭 최초 유로 NCAP 테스트 별 5개 및 씨티 세이프 어워드 수상
[0] 2024-11-22 14:4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현대차, 신형 싼타크루즈 가격부터 공개 '작년보다 200만원' 인상
-
[EV 트렌드] 전기차 케즘에 '투트랙', 볼보 XC90 하이브리드 출시 예고
-
현대차ㆍ기아 '열을 지배하는 신박한 기술' 에어컨 안 틀어도 실내 온도 10%↓
-
[시승기] '디자인 보고 뽑은 1만 3000명의 선택' KG 모빌리티 신형 액티언
-
포르쉐, 부분변경 '타이칸' 국내 출시… 주행가능거리 65% 향상 최대 500km
-
'5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렉서스, 2025년형 UX 300h 판매 개시
-
'韓 국토부 지적' BMW, 워터 펌프 결함으로 美서 72만 대 리콜
-
[시승기] 경쟁 차종없는 유일무이 초소형 전기 SUV '캐스퍼 일렉트릭'
-
포드, 3열 전기 SUV 취소...경쟁력 있는 하이브리드 및 상용 전기차 집중
-
토요타, 하이브리드 중심 멀티패스웨이 강화한다
-
전기차 캐즘 반사이익,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라인업' 출시 기대감 최고
-
지프, 강렬한 핫 핑크 외장 컬러 '더 뉴 랭글러 투스카데로 리미티드 에디션’ 9월 출시
-
KGM 커머셜, 중국 브랜드 독점 중남미 파라과이에 전기버스 해외 첫 수출
-
디펜더, 1954년 랜드로버 시리즈 I부터 시작된 영국 적십자와 파트너십 70주년
-
30년 올드카부터 랩핑카까지, 오직 단 한 대 희소성과 개성 갖춘 이색 중고차
-
폭스바겐그룹 우리재단,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에서 미래 모빌리티 체험교육 운영 및 폭스바겐 ID.4 전시
-
미쉐린코리아, 브랜드 팝업 이벤트 진행
-
미대륙 횡단에 도전하다. 할리데이비슨 코리아 ‘2024 미국투어’ 완주
-
제조사 부품 비중 높은 전기차 수리비, 내연기관차 대비 20% 비싸
-
폭스바겐그룹 우리재단, 미래 모빌리티 체험교육 운영 및 전기 SUV ID.4 전시
- [유머] 왜자꾸 엉덩이를만지세요
- [유머] 무술 배운 냥이들
- [유머] 국내 유일 승강장에 공원 깔아놓은 전철역
- [유머] 속옷 쇼핑 후기
- [유머] ㄷㄷ한 70년대 빅맥 사이즈
- [유머] 싱글벙글 그녀의 선택
- [유머] 휴전 와중에 만들어진 게임
- [뉴스] 매년 늘어나는 '마약 의사' 올해 역대 최대 전망... '의사 윤리는 어디 있나'
- [뉴스] 손흥민 동료의 '작심 폭로'... '문제는 훈련장 내부에 있어, 규율도 부족해'
- [뉴스] '사랑꾼' 현빈이 결혼 후 처음으로 아내 손예진에 간식차 보낸 남다른 방법
- [뉴스] 이재진 득남·김재덕 원양어선설... 은지원이 밝힌 젝스키스 멤버 근황
- [뉴스] 박나래·화사, '방송용' 절친이었나... '이번엔 1년 만에 연락해'
- [뉴스] 민경훈, 팬이었던 ♥미모의 PD와 결혼... 눈물의 서약+깜짝 세레나데 최초 공개 (영상)
- [뉴스] '수진이 없이 뭐 되겠어?'... 전소연, 학폭 탈퇴 멤버 언급하며 마마 무대 찢었다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