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7,701[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8] 신안 증도 이학식당 '짱뚱어탕' feat BMW X5
조회 3,086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5-16 17:00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8] 신안 증도 이학식당 '짱뚱어탕' feat BMW X5
국밥이 당길 때가 있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쌀쌀한 날이거나, 서양음식을 연속으로 먹었을 때다. 하지만 국밥이 가장 끌리는 때는 외로울 때다.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 날,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마음이 무겁게 차분해지는 날, 누구도 말 걸어 오지 않고 혼자인 것 같은 날, 국밥이 생각난다.
시인 박난민은 시 ‘국밥’에서 “무거운 가방 내려놓고, 얼큰한 국밥 한 그릇 마주하면, 왁자지껄한 장터, 잠시 잊고, 풍성한 마음이 된다”고 썼다. 국밥은 외로움을 달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외로움을 더 가중시켜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어떤 빈 마음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음식이다.
국밥 한 그릇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 주고 용기를 내게 해 준다면 함께 어울려 먹기에 이만한 음식이 있을까? 쉰의 나이가 되면서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그럴 때면 어느 섬에 있고 싶다. 섬에 가면 파도 곳곳에 박힌 작은 섬들을 구경하고, 오후의 햇살에 비단처럼 살랑이는 윤슬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바람소리도 조용해지는 섬을 서성이며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남 신안 증도다. 증도대교를 건너면 너른 갯벌과 염전이 숨통을 트이게 한다.
증도로 출발한 날이 그랬다. 좇기 듯이 살다가 문득 왜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내야 할 일과 사람 관계, 그리고 성공이라는 조바심에 한 발 떼기 힘든 무게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통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 잠을 설치는 것이 아까워 이불을 박차고 차를 몰았다. 그 출발만으로 이미 어젯밤 머리를 맴돌던 이런저런 생각들이 사라졌다. 섬에서 기다릴 시원한 바람을 실컷 쐴 생각에 머리가 맑아졌다.
증도는 서해안이 남해안과 만나는 전남 무안에서부터 신안, 목포, 해남, 진도에 이르는 한반도의 서쪽 아래에 위치한 수많은 섬 중에 하나다. 2010년에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자동차로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증도로 가는 길은 멀어도 너무 멀다. 아침 일찍 출발해도 점심 때를 맞추기가 빠듯하다.
네 시간 남짓 머리를 비우며 달리다 보면 광주 무안 고속도로 끄트머리에서 국도로 접어든다. 그 때부터는 서울에서 멀리 온 보람이 가득해진다. 불그스름한 밭이 탐스럽게 펼쳐지고 들판에는 여기 저기 마늘과 양파가 푸릇푸릇하다. 허여멀건 바다가 얕은 산을 끼고 돌아 나가고 곳곳에 염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학식당은 증도 끄트머리에 있다. 여름에 살찐 짱뚱어를 잡아 냉동시켜 일년 내내 손님을 맞는다
신안군이다. 차를 타고 달리고 있지만 마음이 고요해지고 눈앞의 풍경을 보며 호강에 젖는다. 신안은 서천과 고창의 갯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되어 생물보전 지역으로 유명하다. 느려서 행복한 섬이라고 자청하는 곳이다.
증도에 간 건 오로지 짱뚱어탕 때문이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시인 이돈배는 시 ‘증도 가는 길’에서 “갯길로 드나드는 수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바닷물이 들면 여기 갯벌에 휴식이 든다, 물이 들어오지 않아도 짱뚱어는 즐겁게 뛴다”고 했다.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짱뚱어는 청정 갯벌에서만 산다.
망둑어와 비슷하지만 장뚱어는 푸른 반점이 있고, 망둑어가 동물성 먹이를 먹는 육식성이지만 짱뚱어는 해조류와 작은 갑각류를 먹으면서 갯벌의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짱뚱어는 7~8월 여름에 낚시로만 잡는다. 겨울잠을 자는 짱뚱어가 여름부터 자기 간에 영양소를 모아두면 홀치기 낚시 달인들이 순식간에 잡아간다. 이 때 잡은 짱뚱어를 바로 냉동시켜 일년내내 짱뚱어탕을 끓여낸다. 짱뚱어의 간에는 영양이 풍부해 어민들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짱뚱어탕을 즐겼다.
이학식당 짱뚱어탕은 제 한 몸을 내어준 짱뚱어와 신선한 깻잎 그리고 오래 묵은 시래기로 맛을 낸다
증도 들어가는 길에는 짱뚱어탕을 솜씨 있게 내주는 식당들이 여럿이다. 그 중에서도 증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학식당이 36년간 증도의 시간을 지키며 식객들에게 예전의 짱뚱어탕 맛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문 나 있다. 바다냄새가 나는 정갈한 반찬과 짱뚱어탕이 양은 쟁반에 다소곳하게 차려져 나온다.
짱뚱어탕은 한참을 뚝배기 속을 쳐다보게 만든다. 얼핏 보면 추어탕과 비슷한 장터국밥 느낌이다. 배추 시래기가 가득 들어 있고, 납작하게 썰어 넣은 무가 물컹하게 씹힌다. 깻잎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묵은 재료들과 반대로 상큼한 맛을 낸다. 주인공 짱뚱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냉동 짱뚱어를 갈아 넣고 오래도록 끓이고 끓여 그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짱뚱어는 구수하면서도 걸쭉한 국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놀던 물고기는 제 한 몸을 자연의 맛으로 돌려주고 사라진 것이다. 증도의 갯벌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짱뚱어는 갯벌이 생겼을 때부터 갯벌과 하나되어 그곳을 지켰을 것이다. 그래서 짱뚱어탕은 무한한 세월의 갯벌을 통째로 갈아 넣은 맛이다.
정갈한 찬이 담긴 상처럼, 갯벌 생태계를 지키는 짱뚱어도 인간과 공생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이학식당의 짱뚱어탕은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던 짱뚱어를 자꾸 상상하게 만든다. 짱뚱어탕 한 그릇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청정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놀던 짱뚱어처럼 일상을 유쾌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다시 서울로 갈 길이 막막하지만 증도 앞바다에 서서 한참 동안 섬을 구경했다. 마침 밀물이어서 갯벌을 볼 수는 없었다. 배는 불러도 머리는 가벼워지는 시간. 곧 갯벌이 드러나면 짱뚱어는 머리를 들고 먹이를 찾아 마음껏 뛰어오를 것이다. 갯벌의 생태계를 지켜가는 짱뚱어가 인간과도 공생하며 거기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언제 오더라도 짱뚱어탕을 먹을 수 있게 청정 갯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과 사진 양승덕 웰컴 대표이사 / 정리 김흥식 기자]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무디스 재팬, 닛산 신용 등급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
[0] 2024-11-29 14:45 -
메르세데스 벤츠, 새로운 운영체제 MB.OS로 소프트웨어 수익 창출
[0] 2024-11-29 14:45 -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니에이아이, 미국 나스닥 상장
[0] 2024-11-29 14:45 -
마쓰다, 하이브리드 전기차용 엔진 2027년 목표로 개발 중
[0] 2024-11-29 14:45 -
토요타, 10월 전 세계 신차 판매 1% 증가.. 전동화차는 30% 증가
[0] 2024-11-29 14:45 -
[시승기] BMW 4세대 완전변경 X3 '이상과 현실에서 오는 묘한 괴리감'
[0] 2024-11-29 14:45 -
혼다코리아, 2025년형 ‘CBR1000RR-R파이어블레이드SP’ 출시
[0] 2024-11-29 14:45 -
폴스타, 첫 전기 SUV 쿠페 ‘폴스타 4’ 출고 개시...최대 511km 주행
[0] 2024-11-29 14:45 -
이건 원격 조정 아니겠지? 테슬라 옵티머스 '캐치볼' 영상 화제
[0] 2024-11-29 14:45 -
29년간 매년 138대 팔았다. 기아 강진수 선임 '그랜드 마스터 등극'
[0] 2024-11-29 14:4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타타대우상용차 더쎈, 차량 유지 보수 및 무상 케어 ‘쎈 케어 플러스’ 프로그램 출시
-
KG 모빌리티, 창립 70주년 기념 골드바 증정 및 설 맞이 페스타 시행
-
쉐보레, 설 맞이 특별 프로모션...트레일블레이저 최대 80만 원 지원
-
르노코리아, 누적 24만 대 돌파한 QM6최대220만 원 혜택...푸짐한 경품도
-
폭스바겐, 글로벌 완성차 최초 AI 연구소 오픈...개인화 서비스 적극 활용
-
LPG 트럭 의외의 만족감 '경제성' 최고 강점...디젤 대비 70만 원 절감
-
현대차, 탄소저감 활동 앞장 ‘바다숲 조성 사업’ 참여...민간 기업 최초 참여
-
6억 넘는 롤스로이스 전기차도 화재 위험… NHTSA '스펙터' 리콜 명령
-
이로운 자동차(10) 접합유리, 박살난 비커에서 영감...위대한 발명으로 꼽혀
-
람보르기니, 2030년까지 탄소 중립 확대...올해 ‘우루스’ HPEV 출시 예정
-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50년 역사로 쌓은 '명불허전' 해치백의 정석
-
푸조, 올해 E-408 · E-5008 SUV 추가...유럽 대중차 최다 EV 라인업 구축
-
막다른 길 몰린 베트남 빈패스트 '월 300달러' 초저가 리스로 승부수
-
스텔란티스 CEO. “전기차의 순간 가속은 안전 기능이어야”
-
일본 승용차 8사, 2023년 전 세계 생산 7% 증가
-
르노그룹, 전기차 자회사 앙페르 상장 보류
-
폭스바겐, 뉴 모빌리티 부서에 기술개발에 통합될 프로세스 수립
-
테슬라, 중국시장 점유율 지속적으로 증가
-
뱅앤올룹슨, 스쿠데리아 페라리와 F1 파트너십 갱신
-
광저우 아이온, 홍콩에 첫 쇼룸 오픈
- [유머] 수원에 생긴 만년설
- [유머] 대형사고
- [유머] 호주에서 담배 한 갑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식료품
- [유머] 바베큐하면서 트월킹
- [유머] 미국초딩들의 시위
- [유머] 태국서 흔한 팟타이 사장님 미모
- [유머]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토끼
- [뉴스] 청룡상 회식 있는데 뿌리치고 나온 박정민...침착맨이 개최한 '포켓몬 게임' 대회 출전했다
- [뉴스] 뇌종양 투병중인 아내에게 살충제 먹여 살해한 남편... 판사가 '집유' 선고한 안타까운 사연
- [뉴스] 최민식 '니코틴 부족' 못견뎌 청룡 땡땡이 쳤다고 폭로(?) 한 '파묘' 감독이 눈물보인 이유
- [뉴스] '냉장고에 '라라스윗' 있다면 반품·환불하세요!'... '저당 단팥바'서 대장균 검출
- [뉴스] 신혼부부에게 '천원주택', 아이 낳으면 1억 준다는 인천... 놀라운 근황 전해졌다
- [뉴스] 정우성 논란에 침울했던 '청룡영화상'... 이병헌의 '이 애드리브'에 분위기 확 바뀌었다
- [뉴스] 고추 빻는 28살 사장님 '중요부위' 움켜진 40대 여성... '기억 잘 안 나'라며 까르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