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7,712[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8] 신안 증도 이학식당 '짱뚱어탕' feat BMW X5
조회 3,155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5-16 17:00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8] 신안 증도 이학식당 '짱뚱어탕' feat BMW X5
국밥이 당길 때가 있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쌀쌀한 날이거나, 서양음식을 연속으로 먹었을 때다. 하지만 국밥이 가장 끌리는 때는 외로울 때다.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 날,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마음이 무겁게 차분해지는 날, 누구도 말 걸어 오지 않고 혼자인 것 같은 날, 국밥이 생각난다.
시인 박난민은 시 ‘국밥’에서 “무거운 가방 내려놓고, 얼큰한 국밥 한 그릇 마주하면, 왁자지껄한 장터, 잠시 잊고, 풍성한 마음이 된다”고 썼다. 국밥은 외로움을 달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외로움을 더 가중시켜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어떤 빈 마음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음식이다.
국밥 한 그릇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 주고 용기를 내게 해 준다면 함께 어울려 먹기에 이만한 음식이 있을까? 쉰의 나이가 되면서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그럴 때면 어느 섬에 있고 싶다. 섬에 가면 파도 곳곳에 박힌 작은 섬들을 구경하고, 오후의 햇살에 비단처럼 살랑이는 윤슬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바람소리도 조용해지는 섬을 서성이며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남 신안 증도다. 증도대교를 건너면 너른 갯벌과 염전이 숨통을 트이게 한다.
증도로 출발한 날이 그랬다. 좇기 듯이 살다가 문득 왜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내야 할 일과 사람 관계, 그리고 성공이라는 조바심에 한 발 떼기 힘든 무게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통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 잠을 설치는 것이 아까워 이불을 박차고 차를 몰았다. 그 출발만으로 이미 어젯밤 머리를 맴돌던 이런저런 생각들이 사라졌다. 섬에서 기다릴 시원한 바람을 실컷 쐴 생각에 머리가 맑아졌다.
증도는 서해안이 남해안과 만나는 전남 무안에서부터 신안, 목포, 해남, 진도에 이르는 한반도의 서쪽 아래에 위치한 수많은 섬 중에 하나다. 2010년에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자동차로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증도로 가는 길은 멀어도 너무 멀다. 아침 일찍 출발해도 점심 때를 맞추기가 빠듯하다.
네 시간 남짓 머리를 비우며 달리다 보면 광주 무안 고속도로 끄트머리에서 국도로 접어든다. 그 때부터는 서울에서 멀리 온 보람이 가득해진다. 불그스름한 밭이 탐스럽게 펼쳐지고 들판에는 여기 저기 마늘과 양파가 푸릇푸릇하다. 허여멀건 바다가 얕은 산을 끼고 돌아 나가고 곳곳에 염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학식당은 증도 끄트머리에 있다. 여름에 살찐 짱뚱어를 잡아 냉동시켜 일년 내내 손님을 맞는다
신안군이다. 차를 타고 달리고 있지만 마음이 고요해지고 눈앞의 풍경을 보며 호강에 젖는다. 신안은 서천과 고창의 갯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되어 생물보전 지역으로 유명하다. 느려서 행복한 섬이라고 자청하는 곳이다.
증도에 간 건 오로지 짱뚱어탕 때문이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시인 이돈배는 시 ‘증도 가는 길’에서 “갯길로 드나드는 수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바닷물이 들면 여기 갯벌에 휴식이 든다, 물이 들어오지 않아도 짱뚱어는 즐겁게 뛴다”고 했다.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짱뚱어는 청정 갯벌에서만 산다.
망둑어와 비슷하지만 장뚱어는 푸른 반점이 있고, 망둑어가 동물성 먹이를 먹는 육식성이지만 짱뚱어는 해조류와 작은 갑각류를 먹으면서 갯벌의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짱뚱어는 7~8월 여름에 낚시로만 잡는다. 겨울잠을 자는 짱뚱어가 여름부터 자기 간에 영양소를 모아두면 홀치기 낚시 달인들이 순식간에 잡아간다. 이 때 잡은 짱뚱어를 바로 냉동시켜 일년내내 짱뚱어탕을 끓여낸다. 짱뚱어의 간에는 영양이 풍부해 어민들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짱뚱어탕을 즐겼다.
이학식당 짱뚱어탕은 제 한 몸을 내어준 짱뚱어와 신선한 깻잎 그리고 오래 묵은 시래기로 맛을 낸다
증도 들어가는 길에는 짱뚱어탕을 솜씨 있게 내주는 식당들이 여럿이다. 그 중에서도 증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학식당이 36년간 증도의 시간을 지키며 식객들에게 예전의 짱뚱어탕 맛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문 나 있다. 바다냄새가 나는 정갈한 반찬과 짱뚱어탕이 양은 쟁반에 다소곳하게 차려져 나온다.
짱뚱어탕은 한참을 뚝배기 속을 쳐다보게 만든다. 얼핏 보면 추어탕과 비슷한 장터국밥 느낌이다. 배추 시래기가 가득 들어 있고, 납작하게 썰어 넣은 무가 물컹하게 씹힌다. 깻잎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묵은 재료들과 반대로 상큼한 맛을 낸다. 주인공 짱뚱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냉동 짱뚱어를 갈아 넣고 오래도록 끓이고 끓여 그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짱뚱어는 구수하면서도 걸쭉한 국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놀던 물고기는 제 한 몸을 자연의 맛으로 돌려주고 사라진 것이다. 증도의 갯벌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짱뚱어는 갯벌이 생겼을 때부터 갯벌과 하나되어 그곳을 지켰을 것이다. 그래서 짱뚱어탕은 무한한 세월의 갯벌을 통째로 갈아 넣은 맛이다.
정갈한 찬이 담긴 상처럼, 갯벌 생태계를 지키는 짱뚱어도 인간과 공생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이학식당의 짱뚱어탕은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던 짱뚱어를 자꾸 상상하게 만든다. 짱뚱어탕 한 그릇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청정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놀던 짱뚱어처럼 일상을 유쾌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다시 서울로 갈 길이 막막하지만 증도 앞바다에 서서 한참 동안 섬을 구경했다. 마침 밀물이어서 갯벌을 볼 수는 없었다. 배는 불러도 머리는 가벼워지는 시간. 곧 갯벌이 드러나면 짱뚱어는 머리를 들고 먹이를 찾아 마음껏 뛰어오를 것이다. 갯벌의 생태계를 지켜가는 짱뚱어가 인간과도 공생하며 거기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언제 오더라도 짱뚱어탕을 먹을 수 있게 청정 갯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과 사진 양승덕 웰컴 대표이사 / 정리 김흥식 기자]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을사년 신차 8할이 '전기차'...내연기관차도 하이브리드카가 대세
[0] 2024-12-02 14:45 -
캐딜락, 블랙으로 존재감 각인 '에스컬레이드 트와일라잇 스페셜 에디션’ 출시
[0] 2024-12-02 14:45 -
바이두, 中 본토 밖으로 영역 확장… 홍콩에서 '아폴로 고' 자율주행차 승인
[0] 2024-12-02 14:45 -
BMW, 20마력 증가로 더 강력한 2세대 부분변경 'M2' 국내 출시
[0] 2024-12-02 14:45 -
'매출 부진 압박' 스텔란티스 그룹 초대 CEO '카를로스 타바스' 사임
[0] 2024-12-02 14:45 -
[EV 트렌드] 폭스바겐-리비안 협력, 차세대 '골프' 재창조…2029년 출시
[0] 2024-12-02 14:45 -
미국 단독 리콜왕 놓친 '포드'...한 달 평균 6건, 공동 1위에 오른 업체는?
[0] 2024-12-02 14:45 -
지프, 악동 레니게이드 스트리트 몬스터 첫 시리즈 ‘브레드 에디션’ 출시
[0] 2024-12-02 14:45 -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부분변경 디자인 공개...내년 1분기 본격 판매
[0] 2024-12-02 14:45 -
'모터스포츠 경험과 기술 집약' 현대차 아반떼 N TCR 에디션 판매 개시
[0] 2024-12-02 14:4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람보르기니, 2030년까지 탄소 중립 확대...올해 ‘우루스’ HPEV 출시 예정
-
[시승기] 폭스바겐 골프, 50년 역사로 쌓은 '명불허전' 해치백의 정석
-
푸조, 올해 E-408 · E-5008 SUV 추가...유럽 대중차 최다 EV 라인업 구축
-
막다른 길 몰린 베트남 빈패스트 '월 300달러' 초저가 리스로 승부수
-
스텔란티스 CEO. “전기차의 순간 가속은 안전 기능이어야”
-
일본 승용차 8사, 2023년 전 세계 생산 7% 증가
-
르노그룹, 전기차 자회사 앙페르 상장 보류
-
폭스바겐, 뉴 모빌리티 부서에 기술개발에 통합될 프로세스 수립
-
테슬라, 중국시장 점유율 지속적으로 증가
-
뱅앤올룹슨, 스쿠데리아 페라리와 F1 파트너십 갱신
-
광저우 아이온, 홍콩에 첫 쇼룸 오픈
-
재규어 TCS 레이싱, 포뮬러 E ‘디리야 E-프리’ 월드 챔피언십 1위...닉 캐시디 2관왕
-
[EV 트렌드] 어색한 디자인 유출 후 실내까지 싹 공개 '지프 왜고니어 S'
-
토요타, 2023년 글로벌 신차 판매 7% 증가한 1,123만대로 사상 최고
-
기가 캐스팅/메가 캐스팅/하이퍼 캐스팅이 만능은 아니다
-
혼다 올 뉴 어코드 하이브리드,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선정 '올해의 하이브리드 세단'
-
폭스바겐그룹코리아 틸셰어 대표, 브랜드 사업 총괄 겸임...조직 효율성 제고 역점
-
방실 전 르노코리아 상무,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으로 화려한 복귀
-
이로운 자동차(9) 경미한 추돌에도 사지마비, 눈 높이 '헤드레스트'가 막는다.
-
[EV 트렌드] 볼보 EX30 소프트웨어 문제로 배송 연기 'EX90 이어 두 번째'
- [유머] 배추먹는 댕댕이
- [유머] 트럭 프라모델
- [유머] 틀딱 상담소
- [유머] 하늘섬에 올라가는 방법 엘바프에서나올듯
- [유머] 자칭 현직 경찰 간부 “성범죄 무조건 기소의견과 진술서 조작”까지 공공연하게 ‘폭로’
- [유머] 사회적 생매장 사건들
- [유머] 수원에 생긴 만년설
- [뉴스] 민희진, 뉴진스의 '탈 어도어' 배후설 휩싸였다... '템퍼링 의혹' 제기
- [뉴스] '사기도 성의껏 해야'... 서행하고 있는 차 빤히 보더니 뚜벅뚜벅 걸어와 부딪친 여성
- [뉴스] 정형돈,'10kg 감량' 살 더 빠진 근황 공개... '바지 흘러내려'
- [뉴스] 송강호, '여자배구 아기자기하다' 발언 논란에 사과... '잘못된 단어 선택이었다'
- [뉴스] '고속도로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 '프로듀스X101' 조작 피해자 김국헌의 뜻밖의 근황
- [뉴스] '내남결 부부'에서 현실 부부 된 장재호♥공민정, 결혼 3개월 만에 임신 발표
- [뉴스] 제시, '팬 폭행 방관' 무혐의 후 한 달만에 첫 심경글... '인생은 롤러코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