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7,809[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8] 신안 증도 이학식당 '짱뚱어탕' feat BMW X5
조회 3,305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5-16 17:00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8] 신안 증도 이학식당 '짱뚱어탕' feat BMW X5
국밥이 당길 때가 있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쌀쌀한 날이거나, 서양음식을 연속으로 먹었을 때다. 하지만 국밥이 가장 끌리는 때는 외로울 때다.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 날,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마음이 무겁게 차분해지는 날, 누구도 말 걸어 오지 않고 혼자인 것 같은 날, 국밥이 생각난다.
시인 박난민은 시 ‘국밥’에서 “무거운 가방 내려놓고, 얼큰한 국밥 한 그릇 마주하면, 왁자지껄한 장터, 잠시 잊고, 풍성한 마음이 된다”고 썼다. 국밥은 외로움을 달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외로움을 더 가중시켜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어떤 빈 마음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음식이다.
국밥 한 그릇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 주고 용기를 내게 해 준다면 함께 어울려 먹기에 이만한 음식이 있을까? 쉰의 나이가 되면서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그럴 때면 어느 섬에 있고 싶다. 섬에 가면 파도 곳곳에 박힌 작은 섬들을 구경하고, 오후의 햇살에 비단처럼 살랑이는 윤슬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바람소리도 조용해지는 섬을 서성이며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남 신안 증도다. 증도대교를 건너면 너른 갯벌과 염전이 숨통을 트이게 한다.
증도로 출발한 날이 그랬다. 좇기 듯이 살다가 문득 왜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내야 할 일과 사람 관계, 그리고 성공이라는 조바심에 한 발 떼기 힘든 무게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통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 잠을 설치는 것이 아까워 이불을 박차고 차를 몰았다. 그 출발만으로 이미 어젯밤 머리를 맴돌던 이런저런 생각들이 사라졌다. 섬에서 기다릴 시원한 바람을 실컷 쐴 생각에 머리가 맑아졌다.
증도는 서해안이 남해안과 만나는 전남 무안에서부터 신안, 목포, 해남, 진도에 이르는 한반도의 서쪽 아래에 위치한 수많은 섬 중에 하나다. 2010년에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자동차로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증도로 가는 길은 멀어도 너무 멀다. 아침 일찍 출발해도 점심 때를 맞추기가 빠듯하다.
네 시간 남짓 머리를 비우며 달리다 보면 광주 무안 고속도로 끄트머리에서 국도로 접어든다. 그 때부터는 서울에서 멀리 온 보람이 가득해진다. 불그스름한 밭이 탐스럽게 펼쳐지고 들판에는 여기 저기 마늘과 양파가 푸릇푸릇하다. 허여멀건 바다가 얕은 산을 끼고 돌아 나가고 곳곳에 염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학식당은 증도 끄트머리에 있다. 여름에 살찐 짱뚱어를 잡아 냉동시켜 일년 내내 손님을 맞는다
신안군이다. 차를 타고 달리고 있지만 마음이 고요해지고 눈앞의 풍경을 보며 호강에 젖는다. 신안은 서천과 고창의 갯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되어 생물보전 지역으로 유명하다. 느려서 행복한 섬이라고 자청하는 곳이다.
증도에 간 건 오로지 짱뚱어탕 때문이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시인 이돈배는 시 ‘증도 가는 길’에서 “갯길로 드나드는 수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바닷물이 들면 여기 갯벌에 휴식이 든다, 물이 들어오지 않아도 짱뚱어는 즐겁게 뛴다”고 했다.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짱뚱어는 청정 갯벌에서만 산다.
망둑어와 비슷하지만 장뚱어는 푸른 반점이 있고, 망둑어가 동물성 먹이를 먹는 육식성이지만 짱뚱어는 해조류와 작은 갑각류를 먹으면서 갯벌의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짱뚱어는 7~8월 여름에 낚시로만 잡는다. 겨울잠을 자는 짱뚱어가 여름부터 자기 간에 영양소를 모아두면 홀치기 낚시 달인들이 순식간에 잡아간다. 이 때 잡은 짱뚱어를 바로 냉동시켜 일년내내 짱뚱어탕을 끓여낸다. 짱뚱어의 간에는 영양이 풍부해 어민들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짱뚱어탕을 즐겼다.
이학식당 짱뚱어탕은 제 한 몸을 내어준 짱뚱어와 신선한 깻잎 그리고 오래 묵은 시래기로 맛을 낸다
증도 들어가는 길에는 짱뚱어탕을 솜씨 있게 내주는 식당들이 여럿이다. 그 중에서도 증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학식당이 36년간 증도의 시간을 지키며 식객들에게 예전의 짱뚱어탕 맛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문 나 있다. 바다냄새가 나는 정갈한 반찬과 짱뚱어탕이 양은 쟁반에 다소곳하게 차려져 나온다.
짱뚱어탕은 한참을 뚝배기 속을 쳐다보게 만든다. 얼핏 보면 추어탕과 비슷한 장터국밥 느낌이다. 배추 시래기가 가득 들어 있고, 납작하게 썰어 넣은 무가 물컹하게 씹힌다. 깻잎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묵은 재료들과 반대로 상큼한 맛을 낸다. 주인공 짱뚱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냉동 짱뚱어를 갈아 넣고 오래도록 끓이고 끓여 그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짱뚱어는 구수하면서도 걸쭉한 국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놀던 물고기는 제 한 몸을 자연의 맛으로 돌려주고 사라진 것이다. 증도의 갯벌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짱뚱어는 갯벌이 생겼을 때부터 갯벌과 하나되어 그곳을 지켰을 것이다. 그래서 짱뚱어탕은 무한한 세월의 갯벌을 통째로 갈아 넣은 맛이다.
정갈한 찬이 담긴 상처럼, 갯벌 생태계를 지키는 짱뚱어도 인간과 공생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이학식당의 짱뚱어탕은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던 짱뚱어를 자꾸 상상하게 만든다. 짱뚱어탕 한 그릇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청정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놀던 짱뚱어처럼 일상을 유쾌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다시 서울로 갈 길이 막막하지만 증도 앞바다에 서서 한참 동안 섬을 구경했다. 마침 밀물이어서 갯벌을 볼 수는 없었다. 배는 불러도 머리는 가벼워지는 시간. 곧 갯벌이 드러나면 짱뚱어는 머리를 들고 먹이를 찾아 마음껏 뛰어오를 것이다. 갯벌의 생태계를 지켜가는 짱뚱어가 인간과도 공생하며 거기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언제 오더라도 짱뚱어탕을 먹을 수 있게 청정 갯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과 사진 양승덕 웰컴 대표이사 / 정리 김흥식 기자]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도요타, 휴머노이드 로봇 기네스 월드 레코드 달성 '24.55m 거리 슛 성공'
[0] 2024-12-12 17:00 -
겨울철 복병 노면 결빙 교통사고, 일반 교통사고 대비 치사율 1.7배 높아 주의
[0] 2024-12-12 17:00 -
25년형 모델 할인율 상승, 벤츠 12월 판매조건 정리
[0] 2024-12-12 16:45 -
중국 BYD, 2025년 말 유럽에서 소형차 생산 개시
[0] 2024-12-12 14:45 -
GM 크루즈, 로보택시 포기하고 개인용 자율주행에 집중한다.
[0] 2024-12-12 14:45 -
[영상] 탄소중립의 길목에서: 전기차, 환경규제, 그리고 정치적 암초
[0] 2024-12-12 14:45 -
[영상] 디자인의 힘, 기아 더 뉴 스포티지 1.6T 시승기
[0] 2024-12-12 14:45 -
마세라티 '이탈리아 정체성 강조' 110주년 맞이 GT2 스트라달레 최초 공개
[0] 2024-12-12 14:45 -
현대모비스, 하이 테크 넘어선 인간 친화적 ‘휴먼 테크’ 기술 CES 2025 공개
[0] 2024-12-12 14:45 -
포르쉐 타이칸 터보 K-에디션, '월드 럭셔리 어워드' 수상...독창적 럭셔리 구현
[0] 2024-12-12 14:4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우승상금 3억 그리고 GV80 쿠페, KPGA ‘2023 제네시스 챔피언십’ 개막
-
기아 ‘웰컴휠 캠페인’ 교통약자 이동 편의 및 접근성 위한 이동식 경사로 보급
-
현대차 ‘2023 현대 트럭 & 버스 페스타’ 개최...화물 창업 아카데미도 진행
-
두 거물, 포르쉐와 프라우셔...핸들링 좋은 프리미엄 전기 요트 'e팬텀 에어' 공개
-
초기품질 '도요타, 내구품질 '렉서스' 압도적 1위...점점 밀리는 국산차 순위
-
'라인 세우느니 다른 차라도' 현대차, 中 공장서 '아크폭스' 전기차 수탁 생산
-
[아롱 테크] 자동차는 다이어트 중, 쇠 보다 가볍고 더 강한 첨단 소재의 경쟁
-
[EV 트렌드] 폭스바겐 유럽서 ID.4 · ID.5 업데이트 '주행가능거리 556km'
-
재팬모빌리티쇼 2023 - BMW, 신형 X2 최초 공개
-
재팬모빌리티쇼 2023 - 스바루, 스포츠 EV 쿠페 공개
-
재팬모빌리티쇼 2023 - 다이하츠, 차세대 코펜 컨셉카 공개
-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전년비 48.9% 증가 '중국계 확대 눈에 띄네'
-
볼보 프리미엄 전기SUVEX30, 英 더썬 '올해의 차'...
-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개발자 디벨롭 축제 'HMG 개발자 컨퍼런스' 11월 개최
-
고성능 감성 제네시스 GV80 쿠페, 415마력 3.5 터보 48V '9190만 원부터' 시작
-
최고의 가성비 중고차 2종 추천 '투싼ㆍSM6' 가을 성수기 시세 하락 구매 적기
-
사막 2400km, 육감으로 달리는 '레벨 랠리'...현대차 싼타크루즈 랠리카 공개
-
제네시스 타면 전용 아웃도어 용품으로 '캠핑 기어 블랙 에디션' 출시
-
BMW 그룹 코리아, 사고 수리 고객 위한 '액시던트 케어’ 캠페인 실시
-
'도래수와 토레스' KGM, 국내 최초 친환경 전기차 마을에 토레스 EVX 1호차 기증
- [유머] 친언니와의 문자 특징 ㅋㅋㅋㅋㅋ.jpg
- [유머] 미국 보험사 CEO 총격 살인 용의자 체포
- [유머] 중독성 대박인 라면 레전드
- [유머] 집안에 계엄령 선포
- [유머] 귀여운 멸종위기 동물
- [유머] 조세호에게 권상우가 밥을 사준 이유.jpg
- [유머] 대통령 담화보다 긴것
- [뉴스] 국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재발의... 14일 운명의 날
- [뉴스] '학폭 논란' 지수, 필리핀서 '톱스타' 됐다...최근 근황 공개
- [뉴스] '탄핵안 표결 불참' 박정하에 고교 은사가 날린 일침... '정의의 편으로 돌아오게'
- [뉴스] 테일러 스위프트, 21개월간 콘서트 함께한 스태프들에 보너스만 '2800억' 선물
- [뉴스] '도깨비·더글로리' 김은숙 작가, 강남 빌딩 팔아 6년 만에 '129억' 시세 차익
- [뉴스] '48세' 엄기준, 오는 22일 비연예인 여자친구와 결혼... 품절남 된다
- [뉴스] '마음에 드는 화장품 '스쿱'으로 담기만 하면 '5천원'에 드려요'... 막 퍼주는 무신사 직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