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자동차
7,680[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8] 신안 증도 이학식당 '짱뚱어탕' feat BMW X5
조회 2,870회 댓글 0건
머니맨
2024-05-16 17:00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8] 신안 증도 이학식당 '짱뚱어탕' feat BMW X5
국밥이 당길 때가 있다. 전날 과음을 했거나,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쌀쌀한 날이거나, 서양음식을 연속으로 먹었을 때다. 하지만 국밥이 가장 끌리는 때는 외로울 때다. 문득 보고 싶은 사람이 아무도 떠오르지 않는 날, 기분이 가라앉으면서 마음이 무겁게 차분해지는 날, 누구도 말 걸어 오지 않고 혼자인 것 같은 날, 국밥이 생각난다.
시인 박난민은 시 ‘국밥’에서 “무거운 가방 내려놓고, 얼큰한 국밥 한 그릇 마주하면, 왁자지껄한 장터, 잠시 잊고, 풍성한 마음이 된다”고 썼다. 국밥은 외로움을 달래는 음식이기도 하지만 외로움을 더 가중시켜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어떤 빈 마음의 경지에 이르도록 하는 음식이다.
국밥 한 그릇이 삶의 의미를 만들어 주고 용기를 내게 해 준다면 함께 어울려 먹기에 이만한 음식이 있을까? 쉰의 나이가 되면서 가끔 외로움을 느낀다. 그럴 때면 어느 섬에 있고 싶다. 섬에 가면 파도 곳곳에 박힌 작은 섬들을 구경하고, 오후의 햇살에 비단처럼 살랑이는 윤슬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한다. 바람소리도 조용해지는 섬을 서성이며 오롯이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갖는다.
전남 신안 증도다. 증도대교를 건너면 너른 갯벌과 염전이 숨통을 트이게 한다.
증도로 출발한 날이 그랬다. 좇기 듯이 살다가 문득 왜 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내야 할 일과 사람 관계, 그리고 성공이라는 조바심에 한 발 떼기 힘든 무게를 느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통 잠을 자지 못했다. 새벽 잠을 설치는 것이 아까워 이불을 박차고 차를 몰았다. 그 출발만으로 이미 어젯밤 머리를 맴돌던 이런저런 생각들이 사라졌다. 섬에서 기다릴 시원한 바람을 실컷 쐴 생각에 머리가 맑아졌다.
증도는 서해안이 남해안과 만나는 전남 무안에서부터 신안, 목포, 해남, 진도에 이르는 한반도의 서쪽 아래에 위치한 수많은 섬 중에 하나다. 2010년에 증도대교가 개통되면서 이제는 자동차로 편하게 다닐 수 있다. 증도로 가는 길은 멀어도 너무 멀다. 아침 일찍 출발해도 점심 때를 맞추기가 빠듯하다.
네 시간 남짓 머리를 비우며 달리다 보면 광주 무안 고속도로 끄트머리에서 국도로 접어든다. 그 때부터는 서울에서 멀리 온 보람이 가득해진다. 불그스름한 밭이 탐스럽게 펼쳐지고 들판에는 여기 저기 마늘과 양파가 푸릇푸릇하다. 허여멀건 바다가 얕은 산을 끼고 돌아 나가고 곳곳에 염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학식당은 증도 끄트머리에 있다. 여름에 살찐 짱뚱어를 잡아 냉동시켜 일년 내내 손님을 맞는다
신안군이다. 차를 타고 달리고 있지만 마음이 고요해지고 눈앞의 풍경을 보며 호강에 젖는다. 신안은 서천과 고창의 갯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되어 생물보전 지역으로 유명하다. 느려서 행복한 섬이라고 자청하는 곳이다.
증도에 간 건 오로지 짱뚱어탕 때문이다. 그것도 두번씩이나. 시인 이돈배는 시 ‘증도 가는 길’에서 “갯길로 드나드는 수문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바닷물이 들면 여기 갯벌에 휴식이 든다, 물이 들어오지 않아도 짱뚱어는 즐겁게 뛴다”고 했다.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짱뚱어는 청정 갯벌에서만 산다.
망둑어와 비슷하지만 장뚱어는 푸른 반점이 있고, 망둑어가 동물성 먹이를 먹는 육식성이지만 짱뚱어는 해조류와 작은 갑각류를 먹으면서 갯벌의 생태계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짱뚱어는 7~8월 여름에 낚시로만 잡는다. 겨울잠을 자는 짱뚱어가 여름부터 자기 간에 영양소를 모아두면 홀치기 낚시 달인들이 순식간에 잡아간다. 이 때 잡은 짱뚱어를 바로 냉동시켜 일년내내 짱뚱어탕을 끓여낸다. 짱뚱어의 간에는 영양이 풍부해 어민들은 여름철 보양식으로 짱뚱어탕을 즐겼다.
이학식당 짱뚱어탕은 제 한 몸을 내어준 짱뚱어와 신선한 깻잎 그리고 오래 묵은 시래기로 맛을 낸다
증도 들어가는 길에는 짱뚱어탕을 솜씨 있게 내주는 식당들이 여럿이다. 그 중에서도 증도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학식당이 36년간 증도의 시간을 지키며 식객들에게 예전의 짱뚱어탕 맛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문 나 있다. 바다냄새가 나는 정갈한 반찬과 짱뚱어탕이 양은 쟁반에 다소곳하게 차려져 나온다.
짱뚱어탕은 한참을 뚝배기 속을 쳐다보게 만든다. 얼핏 보면 추어탕과 비슷한 장터국밥 느낌이다. 배추 시래기가 가득 들어 있고, 납작하게 썰어 넣은 무가 물컹하게 씹힌다. 깻잎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묵은 재료들과 반대로 상큼한 맛을 낸다. 주인공 짱뚱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냉동 짱뚱어를 갈아 넣고 오래도록 끓이고 끓여 그 형체를 찾아볼 수 없다.
짱뚱어는 구수하면서도 걸쭉한 국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놀던 물고기는 제 한 몸을 자연의 맛으로 돌려주고 사라진 것이다. 증도의 갯벌이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짱뚱어는 갯벌이 생겼을 때부터 갯벌과 하나되어 그곳을 지켰을 것이다. 그래서 짱뚱어탕은 무한한 세월의 갯벌을 통째로 갈아 넣은 맛이다.
정갈한 찬이 담긴 상처럼, 갯벌 생태계를 지키는 짱뚱어도 인간과 공생하며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이학식당의 짱뚱어탕은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던 짱뚱어를 자꾸 상상하게 만든다. 짱뚱어탕 한 그릇이 주는 즐거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청정 갯벌에서 즐겁게 뛰어놀던 짱뚱어처럼 일상을 유쾌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아서다.
다시 서울로 갈 길이 막막하지만 증도 앞바다에 서서 한참 동안 섬을 구경했다. 마침 밀물이어서 갯벌을 볼 수는 없었다. 배는 불러도 머리는 가벼워지는 시간. 곧 갯벌이 드러나면 짱뚱어는 머리를 들고 먹이를 찾아 마음껏 뛰어오를 것이다. 갯벌의 생태계를 지켜가는 짱뚱어가 인간과도 공생하며 거기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언제 오더라도 짱뚱어탕을 먹을 수 있게 청정 갯벌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글과 사진 양승덕 웰컴 대표이사 / 정리 김흥식 기자]
김흥식 기자/[email protected]
머니맨
회원 먹튀사이트 최신글
-
테슬라, 400개 중국 현지 부품업체와 계약.. 60개 이상은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
[0] 2024-11-27 14:45 -
포르쉐, 전기차 부진으로 내연기관 버전 다시 살린다
[0] 2024-11-27 14:45 -
중국 샤오미, 2025년 1분기 두 번째 전기차 출시한다
[0] 2024-11-27 14:45 -
르노트럭, 2026년 600km 주행거리 E-Tech 트럭 출시한다
[0] 2024-11-27 14:45 -
중국 창안자동차, CATL과 배터리 교체 프로젝트 파트너십 체결
[0] 2024-11-27 14:45 -
LG 이노텍, 두께는 40% 줄이고 밝기는 5배 높인 헤드라이트 모듈 CES 혁신상
[0] 2024-11-27 14:45 -
GM, 2026년부터 캐딜락 브랜드로 F1 레이스에 참가한다
[0] 2024-11-27 14:45 -
노스볼트, CEO 퇴임.. 당장에는 임시 경영진이 운영
[0] 2024-11-27 14:45 -
폭스바겐 CEO 토마스 쉐퍼, “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고 3~4년 내에 이루어져야”
[0] 2024-11-27 14:45 -
[영상] 강렬한 디자인과 효율성, 9세대 토요타 캠리를 만나다
[0] 2024-11-27 14:45
남자들의 로망
시계&자동차 관련된 정보공유를 할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BYD 왕찬푸, 유럽과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해 중국 전기차를 두려워한다고 비판
-
테슬라, “두 대의 자율 옵티머스 두 대 공장에서 가동 중”
-
[영상] 미국 럭셔리 전기차의 독특한 매력, 캐딜락 리릭
-
KG 모빌리티, 브랜드 공간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KEC)’ 개관
-
기아, 미래 모빌리티 아이디어 영상 제작 대학생 서포터즈 '기아 크리에이터' 모집
-
캠핑카 끝판왕 '마스터’ 기반 캠핑카 한정판매...부산모빌리티쇼 체험존 마련
-
현대자동차그룹, HMGICS에 한식 레스토랑 '나오(Na Oh)' 오픈
-
‘뉴 MINI 컨트리맨’ 국내 공식 출시
-
뉴 레인지로버 벨라 사전 계약 실시
-
만트럭버스코리아, 순정 부품 415개 항목 대상 '2024년 여름 스페셜 부품 캠페인' 실시
-
KG 모빌리티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 일산' 개관...맞춤형 시승 프로그램 제공
-
부분변경 뉴 레인지로버 벨라 사전 계약, P400 다이내믹 HSE 1억 2420만원
-
7년 만에 만나는 완전변경 '뉴 미니 컨트리맨' 혁신적 디지털 사양으로 무장
-
[뜨거운 희망, 양승덕의 국밥 기행 10] 아뿔싸! 양평 개군할머니토종순대국...feat BMW X5
-
[시승기] 1억원대 럭셔리의 가성비를 보여준 캐딜락 첫 순수전기차 '리릭'
-
유럽연합의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8.1% 추가 관세 부과/중국 즉각 반대 입장 표명
-
GM, 크루즈에 8억 5,000만 달러 추가 투자
-
테슬라, 사이버트럭 판매로 평균 가격 인상
-
美 최강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지프 랭글러 4xe’ 국내 출시...하드탑 9730만원
-
하만카돈 프리미엄 카오디오 장착 기아 EV3, 8개 스피커 통해 최상의 프리미엄 청취
- [유머] 예의 바른 걸그룹
- [유머] 무한도전이 예언한 정우성
- [유머] 튜닝 센스
- [유머] 한국인한테 욕먹어서 힘든 일본인
- [유머] 역사상 최악의 실수라 평가받는 노벨상
- [유머] 굳어가는 뇌를 살리는 법
- [유머] 다람쥐가 먹이집착이 심한 이유
- [뉴스] '허위영상' 올린 탈덕수용소 운영자, 강다니엘에 3천만원 배상 판결
- [뉴스] 기안84가 그린 장수 그룹 '다비치' 70주년 콘서트 모습... '싱크로율 미쳤다' (사진)
- [뉴스] 서울 폭설에 퇴근길 서울 지하철·버스 배차시간 연장
- [뉴스] 후진하던 견인차에 오토바이 충돌... 40대 운전자 1명 사망
- [뉴스] '혼외자 출산했다고 결혼? 그건 편견'... 정우성 편 들어준 민주당 의원
- [뉴스] [속보] 이재명 습격범, 2심도 징역 15년 선고
- [뉴스] '전직 교장' 70대 남성, 자전거 타다 부딪힌 중1 뺨 때려... '폭행 아닌 훈계였다'